사회 사회일반

'등록금 환불' 동상이몽… 대학·학생 긴싸움 시작됐다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16 18:17

수정 2020.06.16 18:17

건국대, 2학기 등록금 감면 결정
재정 어려운 대학은 시행에 난감
대학·학생, 시기·규모·방식 이견
2학기도 온라인수업땐 갈등 격화
건국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등록금 감면' 결정을 내렸지만 다른 대학의 동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을 비롯한 서울 주요대학은 등록금을 감면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건국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등록금 감면' 결정을 내렸지만 다른 대학의 동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을 비롯한 서울 주요대학은 등록금을 감면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감면 및 일부 반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건국대에서 시작된 대학 등록금 환불 논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부실한 학사일정 피해를 본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가운데 건국대의 환불 결정이 각 대학의 환불 정책의 신호탄이 됐다.
그러나 환불 시기와 규모 및 방식을 놓고 대학과 학생측간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등록금 환급 방식 '동상이몽'

16일 교육부가 대학 등록금 환불 방안을 검토키로 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갈등이 지속될 우려가 제기된다.

학생들의 환불 요구가 쇄도하면서 환불 방식을 둘러싼 궁여지책이 쏟아지고 있다.

1학기 등록금 납입 금액을 기준으로 환불이 이뤄져야 한다는 강경론이 거세다. 대표적으로 전국대학생네트워크(전대넷)은 등록금 반환 소송인단을 모집중이다. 예상되는 소송 청구금액은 한 학기 등록금의 1/3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일부 로펌을 통한 별도의 집단소송도 예고됐다. 그러나 소송 절차와 기간을 고려하면 학생들에게 돌아갈 실익이 낮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구 일부 대학에서 재학생 전원에게 10만∼20만원의 특별장학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여파에 따른 학습권 침해에 대한 보상 면에선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습권 침해 관점에서 등록금 환불을 선언한 곳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다만 최종 환불 규모를 놓고 최종 결정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국대를 시발점으로 숭실대가 등록금 감면 관련 내부 논의가 진행중이며 경희대도 1학기 학사일정이 끝난 이후 학생들과 협의를 시작한다는 입장이지만 뾰족한 묘안을 찾기 힘든 모양새댜.

대학의 고정비 지출과 재정난을 고려해 교육부가 대학 역량 강화를 위해 지급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을 완화해 장학금으로 활용하자는 방안도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용도 변경이 불가하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등록금 환불 논쟁이 악화되자 정치권도 대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미래통합당이 지난 1일 대학교 등록금 환불 방안이 담긴 패키지법을 21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정의당도 최근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지원 예산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립대를 기준으로 국가와 대학이 50 대 50 매칭 방식으로 등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2학기 온라인수업 때 재발 우려

등록금 환불 갈등과 해법찾기가 공전을 거듭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간 등록금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대학생 등록금 지원 관련은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라는 사태를 천재지변으로 볼 것이냐와 학습권침해로 인정할 것이냐도 최대 관건이다.

현행 '대학등록금규칙'에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등록금의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코로나19를 천재지변으로 간주해 등록금을 돌려받을 근거가 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수업 부실 문제를 학습권침해로 보느냐도 환불의 주체와 방식 및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학별 재정적 여건이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환불 방식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등록금 환불을 결정할 경우 재정이 약한 대학들의 위기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는 16일 'NARS 현안분석 보고서'에 실린 '대학의 원격수업 관련 쟁점과 개선과제'에서 "대학이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도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조짐에 따라 2학기에도 온라인 수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등록금 환불 논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이번 등록금 환불 논쟁을 시작으로 아예 장기적인 등록금 반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는 기존의 등록금 산정방식을 교육원가에 따라 부과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대학의 계열별, 학과별, 학점별로 등록금을 차등 부과해 등록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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